다국적 개발팀과 일하는 법 – 언어보다 중요한 것

우리 본부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개발자들이 함께 일합니다.

모델개발팀 4명 전원이 외국인이고, 응용개발팀에도 외국인 개발자 1명이 있습니다.
국적도 다르고, 모국어도 다릅니다.
그런데 우리 본부의 공식 소통 언어는 한국어입니다.
외국인 개발자들에게도 한국어로 소통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이건 KPI에도 상당한 비중으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처음 이 기준을 세울 때 주변에서 의아해하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영어로 하면 더 편하지 않냐”고. 하지만 저는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한국 기업에서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일하는 본부라면, 공식 언어를 한국어로 맞추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직원들이 그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 자체가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중요한 잣대로 생각했습니다.


노력하는 모습이 신뢰를 만든다

외국인 직원들이 한국어로 소통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릅니다.

회의 중 논의 내용들을 녹음 해두고 나중에 다시 들으며 내용을 확인하는 직원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어로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번역기를 여러 번 돌려보는 직원도 있습니다. 아직 한국어가 서투르지만 최대한 한국어로 말하려고 버벅거리면서도 시도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간혹 제가 영어로 Google Chat을 보내면 한국어로 답변을 보냅니다.
이러한 노력도 최대한 잊지 않을려고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그 노력을 봅니다.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보다, 틀리더라도 한국어로 소통하려는 태도가 더 가치 있습니다.
저 역시 과거 글로벌 외국 회사의 한국지사에 근무할 때 영어가 공식 언어였고, 그에 익숙해져야 했는데 외국인 상사들이나 동료들이 유창함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 태도 안에 본부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한국어 소통이 잘 되는 직원도 있어서, 본부 안에서 언어적 가교 역할을 자연스럽게 해주기도 합니다. 덕분에 실제 업무에서 큰 불편 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모델개발팀은 4명 전원이 외국인이다 보니 본부 내부에서는 자연스럽게 영어가 섞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부 전체가 참여하는 회의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한국어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합니다.
중요한 건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국어로 소통하려는 방향성이 유지되느냐입니다.
그 방향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본부 문화에서 꽤 큰 차이를 만듭니다.

다국적 개발팀과의 소통

언어가 아니라 오해가 문제였다

작년 하반기, 외국인 직원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긴 적이 있습니다.

말의 내용보다 말하는 방식에서 오해가 쌓였습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문화권과 맥락을 중시하는 문화권 사이에서, 같은 말이 전혀 다르게 해석됐습니다. 업무 범위나 책임 경계에 대한 인식 차이도 있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는 가정, 상대방도 나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할 거라는 전제 – 그 가정들이 균열을
만들었습니다.

언어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 이후로 본부 안에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불편한 것을 말하는 문화, 짐작하지 않고 확인하는 문화가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갈등이 없습니다. 완전히 사라진 이유는 언어 실력이 늘어서가 아닙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다국적 본부에서 리더가 해야 하는 일

언어는 도구입니다.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본부가 굴러가지는 않습니다.

다국적 구성의 본부를 운영하면서 리더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서툰 한국어로 말해도 놀림받지 않는 환경, 문화적 차이를 실수가 아닌 다양성으로 받아들이는 환경,
모르면 물어봐도 되는 환경.

이 환경이 갖춰지면 언어는 따라옵니다.
외국인 직원이 어렵게 꺼낸 한국어 한 마디를 리더가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 그 직원은 다음에 또 도전합니다. 반대로 그 노력이 무시되거나 웃음거리가 되는 순간, 그 직원은 시도를 멈춥니다.

결국 다국적 본부에서 언어보다 중요한 건 상대방에 대한 존중입니다.

상대가 어느 나라 사람이든, 어떤 언어를 쓰든, 지금 이 본부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일하고 있다는 것.
그 공통점을 먼저 보는 사람들이 모인 본부는 언어 장벽을 넘습니다.
그 공통점을 못 보고 차이만 보는 본부는 같은 언어를 써도 소통이 안 됩니다.

심지어 종교도 다양합니다.
이슬람교도 여럿이어서 한국인 직원들이 경험하지 못한 배려가 필요한 것도 많습니다.
조용히 그런 부분을 이해해 줘야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반대로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함께 식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종교적으로 함께 식사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 회식등도 본인들이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지금 우리 본부가 잘 되고 있는 이유

솔직히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닙니다.

시행착오가 있었고, 갈등도 있었고, 방향을 다시 잡아야 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델개발팀 개발자들이 녹음을 틀어놓고 회의에 참여하고, 서툰 한국어로 보고서를
써오고, 그 노력이 본부 안에서 자연스럽게 인정받습니다.

한국어를 KPI에 넣은 것은 언어를 강요하려는 게 아니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공간에 적응하려는 노력 자체를 본부가 가치 있게 여긴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 메시지가 지금 본부 문화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다국적 구성의 본부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작동할 때는 단일 문화 조직이 갖지 못하는 다양한 시각과 접근 방식이 나옵니다.
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함께 일하는 방법을 계속 찾아가고 있습니다.


2026. 05. Rhapsody

카테고리: Leading the 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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