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조직을 만든다는 것 – 개발, 전략, 사업 그 사이에서


여섯 개의 팀, 하나의 목표

우리 본부는 회사의 유일한 AI 조직이자 여섯 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AI 모델을 연구하고 만드는 모델개발팀, 그 모델을 실제 제품에 녹여내는 응용개발팀,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제품전략팀, 국방과 민간 시장을 담당하며, 솔루션과 데이터 가공사업,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AX사업팀, 공공 시장을 담당하는 공공사업팀, 그리고 조직 전체의 운영을 뒷받침하는 운영지원팀.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딥러닝 기반의 산업안전·공공안전 솔루션으로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
AI 비즈니스에서 없어서는 안될 데이터 수집과 가공 사업.
하지만 그 방향을 향해 달려가는 방식은 팀마다 다릅니다.
그리고 그 ‘다름’이 때로는 에너지가 되고, 때로는 마찰이 됩니다.


서로 다른 시계로 움직이는 팀들

모델개발팀과 응용개발팀은 지금 이 순간의 기술 완성도에 집중합니다.
모델의 정확도가 0.1% 올라가는 것, 추론 속도가 10ms 줄어드는 것이 그들에게는 실질적인 진전입니다.

AX사업팀과 공공사업팀은 다른 시계로 움직입니다.
6개월 뒤 고객과의 계약, 내년 예산에 반영될 공공 사업.
지금 당장 시연 가능한 것이 있어야 하고,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품전략팀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개발팀이 만들 수 있는 것과 사업팀이 팔아야 하는 것 사이에서 현실적인 제품 로드맵을 그리고,
기획과 디자인으로 그것을 구체화하며, 실제 프로젝트가 굴러가도록 수행을 챙깁니다.

운영지원팀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입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이 팀이 흔들리면 나머지가 흔들립니다.

이 여섯 팀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좋은 제품이 나옵니다. 반대로 이 연결 어딘가가 끊기면,
문제는 생각보다 빠르게 커집니다.

ai org post image

짐작이 만들어낸 균열

2025년 하반기, 우리 팀 안에 작지 않은 파열음이 있었습니다.

개발팀은 다국적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자 기술적으로 탁월하지만, 서로의 업무 범위에 대한 기대가 달랐습니다.
누가 어디까지 책임지는지 명확히 말하지 않았고, 상대방이 알 것이라고 짐작했습니다.
그 짐작들이 쌓이면서 오해가 되었고, 오해는 결국 팀 간 갈등으로 번졌습니다.

돌이켜보면, 문제의 본질은 기술력이 아니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공백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일할 때,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는 가정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한국적 맥락에서 당연한 것이 외국인 동료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을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더구나 업무 범위나 책임 경계처럼 민감한 영역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이 간격은 방치할수록 깊어집니다.

그 경험이 제게 남긴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AI 조직을 연결하는 세 가지 원칙

그 이후로 저는 팀을 운영하면서 세 가지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첫째, 같은 단어를 같은 의미로 쓰는지 먼저 확인한다.
“실시간”이라는 말을 개발팀은 50ms로 이해하고, 사업팀은 “화면에 즉시 뜨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완료”라는 단어도 팀마다 다르게 해석됩니다. 용어 정렬이 기술보다 먼저입니다.

둘째, 무엇보다 왜를 먼저 공유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 전달하면 팀은 지시대로 움직이는 기계가 됩니다.
왜 이 방향인지를 함께 공유하면, 상황이 바뀌었을 때 각자가 판단할 수 있습니다.
AI 프로젝트는 변수가 많습니다. 이유를 아는 팀이 더 유연하게 대응합니다.

셋째, 불편한 것도 소리 내어 말하는 문화를 만든다.
이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특히 다국적 팀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리더가 먼저 “말해도 괜찮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일관되게 보내야 합니다. 한 번 말한다고 문화가 바뀌지 않습니다. 반복해야 합니다.


아직 진행 중인 이야기

솔직히 말하면, 이 여섯 팀의 언어가 완전히 하나가 된 적은 없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각자의 역할이 다르고, 바라보는 시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긴장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긴장이 제대로 관리될 때 좋은 제품이 나옵니다.
문제는 긴장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수면 아래에서 곪을 때입니다.

AI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입니다.
알고리즘이 아닌 대화로 푸는 문제. 저는 지금도 그 방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앞으로 이 블로그에서는 AI 조직 운영에 관한 더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풀어가려 합니다.
다국적 팀의 온보딩, 기술팀과 사업팀의 KPI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시니어 리더로서 의사결정의 무게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 모두 정답이 없는 주제들이지만, 정답이 없기 때문에 더 솔직하게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께 작은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2026. 04. Rhapsody

카테고리: Leading the Org

Similar Posts

  • 리더의 언어 – 보고서 한 장이 조직을 움직인다

    어떤 회의의 풍경 월요일 오전 9시 30분. 회의실 테이블 위에 보고서 한 장이 놓여 있습니다. A4 용지 한 장, 글자만 빼곡합니다. 제목, 배경, 현황, 이슈, 제안, 결정 요청. 분량은 짧지만 꽤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 보고서를 5초 정도 본 뒤, 작성한 팀장을 봅니다. “이거, 우리가 결정해야 하는 게 정확히 뭐예요?” 팀장은 잠시 멈칫합니다. 그러더니…

  • 소음의 시대, 본질에 집중하는 기록의 시작

    안녕하세요, Rhapsody입니다. Focused Frame – 이 블로그의 이름이자,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올봄은 유독 시끄럽습니다. 기술의 변화 속도는 이미 인간의 감각을 앞질렀고, 매일 쏟아지는 정보들은 무엇이 중요한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AI 분야는 더욱 그렇습니다. 상상속의 기능과 성능으로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 듯 나타나는 AI 모델과 서비스들. 그리고 “AI가 세상을 빠르게 바꾸어가는 그 중심에서의…

  • 리더와 팀원 사이,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더와 팀원 사이 신뢰는 노력의 결과이고, 가장 좋은 것은 리더와 팀원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리더가 먼저 세심하게 배려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더욱 견고해 지고, 팀웍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한 팀장이 있었습니다. 여러 상황에 대한 빠른 이해, 이해당사자들과의 조율, 업무 처리도 좋고, 똑똑한 팀장이고 무척이나 제가 신임하는 팀장이었습니다. 새로 합류한 팀원도 직급과 나이에 비해…

  • 좋은 PM은 무엇이 다른가 – AI 프로젝트 관리의 핵심

    PM이 조용하면 프로젝트가 시끄러워진다 현장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PM의 스타일이 프로젝트의 분위기를 결정한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PM이 문제를 먼저 꺼내는 팀은 회의가 조용합니다. 이미 대화가 됐고, 방향이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PM이 문제를 늦게 꺼내는 팀은 회의가 시끄럽습니다. 갑자기 커진 이슈 앞에서 모두가 놀라고, 서로 원인을 찾고, 책임 소재를 따집니다.좋은 PM과 그렇지 않은 PM의 차이는 결국 하나로…

  • 일 잘하는 사람의 공통점 한 가지

    기록하지 않은 기억은 휘발된다 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옵니다. 방금 30분 동안 논의했던 내용이 머릿속에 있습니다. 결정된 것, 해야 할 것, 확인해야 할 것. 분명히 다 들었고, 다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두 시간 뒤, 다른 업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 절반쯤 흐릿해져 있습니다. 사흘 뒤에는 윤곽만 남습니다. 일주일 뒤에는 “그때 뭔가 결정했었는데” 정도만 남습니다. 기억은 휘발됩니다. 아무리…

  • 다국적 개발팀과 일하는 법 – 언어보다 중요한 것

    우리 본부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개발자들이 함께 일합니다. 모델개발팀 4명 전원이 외국인이고, 응용개발팀에도 외국인 개발자 1명이 있습니다.국적도 다르고, 모국어도 다릅니다.그런데 우리 본부의 공식 소통 언어는 한국어입니다.외국인 개발자들에게도 한국어로 소통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이건 KPI에도 상당한 비중으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처음 이 기준을 세울 때 주변에서 의아해하는 시선도 있었습니다.“영어로 하면 더 편하지 않냐”고. 하지만 저는 반대로 생각했습니다.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