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제품 기획,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기술 트렌드 앞에서 제품 기획자가 해야 할 질문들
요즘 제품 기획 회의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이 기술, 우리도 넣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VLM, Edge AI, AI 에이전트. 관련 뉴스가 매일 쏟아지다 보니 당장 따라가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도 그 압박을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되묻습니다.
이 기술이 우리 현장 문제를 푸는가. 아니면 기술이 있으니까 넣는 건가.
지금까지 여러 제품을 기획하면서 실패에 가까웠던 경험들을 돌이켜보면 대부분 후자였습니다.
기술이 되니까 만들었고, 현장은 그 기술을 쓸 준비가 안 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제품을 기획할 때 기술 트렌드보다 먼저 현장을 봅니다.
트렌드는 방향을 알려주지만, 결정은 현장이 합니다.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그럼에도 트렌드를 읽는 건 중요합니다. 방향을 모르면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그래서 공부하고 트렌드를 읽는 것은 아주 중요한 활동일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산업안전·공공안전 영역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일 기능 제품의 퇴조입니다.
안전모 감지만 하는 제품, 화재 감지만 하는 제품은 이미 기본값이 됐습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고, 가격 경쟁만 남습니다.
시장은 이제 이 기능들을 통합하고 관제 요원의 판단과 대응을 돕는 플랫폼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영국 Ipsotek이 44개국 800개 이상 현장에 배포하면서 작업장 안전, 리테일, 보안 운영을 하나의 플랫폼
으로 묶는 방향으로 확장하는 것도 같은 흐름입니다.
VLM은 이 흐름에서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다뤘지만, 다시 짚자면 VLM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기존 딥러닝 감지 모델은 “안전모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VLM은 “2번 작업장 입구에서 작업자 한 명이 안전모 없이 고압 설비 구역에 접근 중입니다”를 알려줍니다. 관제 요원이 알람을 받고 화면을 찾아보는 시간이 사라집니다. 이미 상황이 정리돼 있으니까요.
관제 인력이 부족한 현장에서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엣지 AI도 주목해야 합니다.
클라우드에 영상을 올려서 분석하는 구조는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 자주 막힙니다.
국내 산업 현장은 네트워크 인프라 수준이 현장마다 편차가 큽니다.
지하 공간, 오지 현장, 노후 공장에서는 네트워크 자체가 불안정합니다.
카메라 자체에서 처리가 이루어지는 엣지 구조가 현실적인 대안이고, 이 방향으로 하드웨어 성능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AI 에이전트 개념이 더해지면서 관제의 그림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감지 → 알람 → 사람이 판단하는 구조에서, 감지 → 자동 상황 분석 → 관련 부서 통보 → 사람이 최종 결정하는 구조로 이동하는 겁니다.
사람이 개입하는 지점이 줄어들고, 개입하는 시점은 더 의미 있는 순간으로 집중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기술 트렌드를 파악했다면, 다음은 우리 제품과 현장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 기술이 우리 고객 현장의 문제를 푸는가
VLM을 넣은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도, 관제 인력이 한 명이고 장비 교체 예산이 없는 현장에서는 도입이 안 됩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현장이 운영하지 못하면 그냥 비싼 장비입니다.
저는 설치 후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지 못하는 제품을 보면서 이 질문의 중요성을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기술 스펙보다 현장 적합성이 제품 성공을 결정합니다.
경쟁 제품과 진짜 다른 게 무엇인가
비슷한 기술을 쓰는 제품이 이미 시장에 있다면, 스펙 경쟁은 피하는 게 낫습니다.
우리가 차별화를 찾아야 하는 곳은 다른 데 있습니다.
국내 현장 환경에 맞게 빠르게 튜닝해주는 능력, 현장 문제가 생겼을 때 A/S 대응 속도,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같은 국내 규제와의 연계.
기술이 같아도 이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외산 솔루션이 놓치는 부분이 여기 있습니다.
타이밍이 맞는가
VLM 기반 제품은 지금 기획해야 하지만, 엣지 하드웨어 비용은 아직 높습니다.
전면 배포가 현실적이 되려면 하드웨어 비용이 더 내려와야 합니다.
제품이 출시될 시점의 시장을 함께 그려야 합니다.
기술이 너무 앞서 있으면 시장이 없고, 너무 늦으면 경쟁이 치열합니다. 두 번 다 틀릴 수 있는 선택입니다.
규제를 설계 안에 넣었는가
공공안전 분야는 조달 인증, 개인정보 처리 방침, 영상정보 보호 관련 요건이 복잡합니다.
개발이 다 끝났는데 인증 때문에 시장에 못 들어가는 상황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납니다.
기획 단계에서 이미 규제를 설계 안에 넣어야 나중에 되돌리는 비용이 없습니다.
이건 경험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우리 본부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것
저희 본부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방향도 이 맥락에서 출발합니다.
단일 기능보다 통합 플랫폼. 클라우드보다 엣지 중심. VLM을 활용한 관제 지원 기능의 점진적 도입.
그리고 국내 규제 환경에 맞는 인증과 운영 편의성.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되, 국내 현장이 실제로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 화려한 데모보다 현장에서 6개월 뒤에도 잘 돌아가는 제품이 목표입니다.
기술은 계속 나옵니다. 어떤 기술을 언제, 어떤 형태로 제품에 담을지는 결국 사람이 판단해야 합니다.
그 판단의 기준이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현장이어야 한다는 것.
그게 저희가 AI 신제품 기획 하는 방식입니다.
2026. 05. 29 Rhapsody
카테고리: AI in the Fiel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