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바뀌면 모델도 자동으로 바뀐다 – 지능형 오토 스위칭의 이유
비 오는 날, CCTV는 원래 기능의 상당부분을 잃는다.
현장 관제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보이지도 않는데, 지능형은 오탐이 너무 많아서 관제 자체가 안 됩니다.”
처음엔 운영상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설치 위치나 CCTV 각도, 임계값 설정의 문제일 거라고. 하지만 직접 확인해 보니 달랐습니다.
모델 자체가 비 오는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비 오는 환경에 대한 학습도 많이 되어 있기는 합니다.
또한 CCTV에 맺힌 물방울, CCTV 렌즈 자체의 노후화에 따른 백화현상이 원인이기도 합니다.
빗줄기가 화면을 훑을 때마다 알람이 울렸습니다.
안개가 끼면 윤곽이 흐려진 사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관제 요원은 쏟아지는 오탐 알람을 처리하다 정작 중요한 이벤트를 놓치곤 합니다.
CCTV는 돌아가고 있었지만, AI는 사실상 멈춰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환경이 바뀌면 모델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AI 모델은 배운 환경에서만 잘 작동한다
딥러닝 모델을 학습시킬 때, 모델은 주어진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습니다.
맑은 날 낮 시간에 촬영한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은 맑은 날 낮 시간에 가장 잘 작동합니다.
문제는 현장이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새벽에도 작업이 이루어지고, 여름엔 폭우가 내리고, 겨울엔 안개가 낍니다.
역광이 심한 오후가 있고, 조명이 꺼진 야간 구역도 있습니다.
물구덩이에 고인 물이 가로등에 빛나면 불난 것처럼 요란하게 감지합니다.
하나의 CCTV가 하루 동안 마주하는 환경만 해도 수십 가지입니다.
단일 모델로 이 모든 상황을 커버한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목표였습니다.
한쪽은 포기하고 한쪽만 대응한 결과 아닐까요?
사람도 상황에 따라 눈을 다르게 쓴다
사람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야간에 운전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눈을 더 크게 뜨고, 헤드라이트 반사에 익숙해집니다.
안개가 낀 날에는 속도를 줄이고 더 가까운 거리에 집중합니다.
같은 눈이지만 상황에 따라 처리 방식이 달라집니다.
AI 모델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맑은 낮에 최적화된 모델, 어두운 야간에 최적화된 모델, 비나 안개 같은 악천후에 최적화된 모델이
각각 필요합니다.
그리고 상황이 바뀔 때 적절한 모델로 자동 전환되어야 합니다.
AURON-i가 선택한 방식 – 영상 스스로 판단한다
지능형 오토 스위칭을 구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시간대 기반으로 낮/밤을 나누는 방식, 기상청 API나 날씨 센서와 연동하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선택한 방식은 달랐습니다.
자능형 오토 스위칭은 AI가 CCTV 영상 자체를 분석해서 현재 환경 상태를 판단하고 모델을 스스로 전환하는 방식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시간대 기반은 너무 단순합니다. 여름엔 밤 8시에도 환하고, 흐린 날은 낮 2시에도 어둡습니다.
날씨 센서는 별도 인프라가 필요하고, 센서 위치와 CCTV 위치가 달라서 오차가 생깁니다.
영상 자체를 보면 됩니다.
지금 CCTV에 잡히는 화면이 밝은지 어두운지, 안개가 끼었는지,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 그 정보가 이미 영상 안에 있습니다.
별도 센서 없이, 카메라 한 대로 환경 분석과 감지를 동시에 처리합니다.
모델 전환 역시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실행합니다.
야간으로 넘어가면 야간 최적화 모델이, 비가 오기 시작하면 악천후(비 특화) 모델이 자동으로
올라옵니다.
관제 요원이 수동으로 모델을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악천후에도 관제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
이 기능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사고는 날씨를 가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 오는 날, 시야가 나쁜 날, 야간 작업 시간에 사고 위험이
높아집니다. AI 관제 시스템이 그 순간 가장 잘 작동해야 하는데, 기존 방식은 반대였습니다.
악천후일수록 오탐이 늘고, 관제가 흔들렸습니다.
대부분의 산업현장에서의 목소리에는 평상시보다 사람이 가장 취약한 관제가 이루어지는 시점에 지능형의 든든한 역활을 원합니다.
지능형 오토 스위칭은 단순한 기술적 개선이 아닙니다.
사고가 나기 쉬운 환경에서 AI가 더 정확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 그게 이 기능의 본질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도를 현장을 통해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현장의 고충이 기술을 만든다
돌아보면 이 기능은 기술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비 오면 오탐이 많아 관제에 어려움이 큽니다.”
그 한마디가 시작이었습니다. 현장에서 고충을 듣고, 왜 그런지 직접 확인하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팀과 함께 고민한 결과입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순수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목소리에서 느끼는 어려움, 고충을 어떡해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진심일 것입니다.
그것을 얼마나 정확하게 듣고, 얼마나 빠르게 기술로 풀어내느냐가 결국 제품의 차이를 만듭니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실행하는 노력이 모두 이루어져야 합니다.
날씨가 바뀌어도 AI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것이 AURON-i가 현장에서 배운 것입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또 다른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것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2026. 05. Rhapsody
카테고리: AI in the Fiel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