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국 지능형 솔루션 시장 –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솔직히 말하면, 국내 시장만 보고 있다가 문득 불안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경쟁은 이미 국경을 넘어서 들어오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한국 안에서만 싸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요. 그 불안함이 일본·중국 지능형 솔루션 시장을 다시 꼼꼼하게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한 곳은 들어가야 할 시장이고, 다른 한 곳은 우리의 경쟁자가 나오는 곳입니다.
한국이라는 출발점
비교를 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 시장을 만든 건 기술이 아니라 규제였습니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시행되면서 산업안전 AI 솔루션 수요가 급등했습니다.
대표이사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이 안전을 비용이 아닌 필수 투자로 바꾸었습니다.
연간 36조 원에 달하는 산업재해 경제적 손실은 그 압박을 숫자로 보여줍니다.
덕분에 한국 CCTV·AI 영상분석 시장은 빠르게 컸습니다.
2024년 약 24억 6천만 달러 규모에서 2033년 118억 달러로 성장이 예측됩니다.
연평균 19%. 글로벌 평균을 훌쩍 넘습니다.
그런데 이게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시장이 커지자 경쟁도 같은 속도로 치열해졌습니다.
한화비전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풀 라인업으로 시장을 누르고 있고, 전문 AI 기업들이 빠르게 틈새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레퍼런스 없이 대형 프로젝트에 들어가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규제가 만들어준 시장을 너무 많은 플레이어가 나눠 먹으려 하는 상황입니다.

일본 – 느리지만 한 번 들어가면 다르다
일본 AI 시장 전체는 2024년 기준 약 118억 달러로, 2032년까지 연평균 34% 성장이 전망됩니다.
영상 감시 분야만 보면 2025년 31억 달러에서 2035년 9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봅니다.
숫자만 보면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그런데 실제 산업안전 분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일본 제조업에서 위험 장소에서 업무 시간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직원 비율이 29%에 달합니다.
건설업 10.5%, 운수·우편 서비스업 9.4%. 이 업종들에서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수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도입 속도가 예상보다 느립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처럼 경영자를 직접 처벌하는 강력한 규제가 일본에는 아직 없습니다.
노동안전위생법이 기업에 의무를 부과하지만, 즉각적인 형사처벌 리스크를 경영진에 직접 지우는 구조가 아닙니다. 규제의 강도가 도입 속도를 결정한다는 걸 한국 시장을 통해 경험했는데, 일본은 그 트리거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습니다.
의사결정 구조도 다릅니다. 일본 기업은 검증되지 않은 솔루션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파일럿이 길고, 내부 승인이 복잡하고, 한 번 선택하면 잘 바꾸지 않습니다.
처음 들어가기는 어렵지만,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경쟁자가 들어오기도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로컬 기업들도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VRAIN Solution은 제조업 특화 AI 서비스로 작업자 자세, 안전고리 착용, 행동을 모니터링합니다.
히타치, 파나소닉, NEC 같은 대기업도 영상분석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고, 현지 파트너십과 로컬라이제이션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결국 일본은 단기 성과를 기대하고 들어가서는 안 되는 시장입니다.
3~5년을 보고 파트너를 먼저 만들고, 레퍼런스 하나를 만드는 것이 목표여야 합니다.
느리지만 한 번 뚫리면 다른 시장입니다.
중국 – 싸울 대상이지 들어갈 시장이 아니다
중국 CCTV 시장은 2024년 18억 달러에서 2035년 76억 달러로 성장합니다.
하이캉웨이스 하나가 전 세계 CCTV 시장의 24%를 점유하고, 중국 내에서만 42%를 차지합니다.
상위 3개 기업이 중국 내 점유율 78%. 2024년 하이캉웨이스가 R&D에 쏟아부은 돈이 150억 위안입니다.
이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포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여기서 기회가 나옵니다.
중국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을 하드웨어 볼륨으로 장악하는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는 하이크비전과 다후화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제재 조치를 취했고, 미국 연방기관 납품은 이미 금지됐습니다.
이 탈중국화 흐름이 우리에게 빈자리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중국 솔루션이 잘 못하는 영역도 있습니다.
PPE 미착용 감지, 안전고리 체결 여부, Re-ID 기반 영상 요약처럼 현장 특화 솔루션에서는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 방대한 데이터와 인프라를 가졌지만, 산업안전이라는 세부 영역에서의 노하우는 우리가 앞서 있습니다.
세 시장을 보고 나서 드는 생각
한국, 일본, 중국을 같이 보면 하나의 흐름이 보입니다.
단순 하드웨어 경쟁에서 소프트웨어·플랫폼 중심으로 시장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볼륨을 장악하는 동안, 고부가가치 솔루션 레이어에서는 아직 글로벌 강자가 없습니다.
산업안전이라는 특화 영역은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대략 나오는 것 같아요.
중국과 가격으로 싸우지 않고, 일본 대기업과 브랜드로 싸우지 않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산업안전 규제 환경에서 실제로 현장을 돌린 경험, 오탐률 데이터, 악천후와 야간에도 작동하는 모델 스위칭 기술. 이것들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일본은 파트너를 먼저 만들고 장기전으로. 중국은 들어가는 게 아니라 중국을 피하려는 시장에서 대안으로. 그리고 VLM 기반 관제 지원 기능으로 소프트웨어 레이어에서 차별화를 만들어가는 것. 이게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방향입니다.
2026.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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